전체상품목록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재 위치

  1. 인문

죽으라면 죽으리라 : 카미카제 특공대의 사상과 행동

() 해외배송 가능

기본 정보
도서명 죽으라면 죽으리라 : 카미카제 특공대의 사상과 행동
저자

오오누키 에미코 지음 | 이향철 옮김

출판사 우물이있는집
정가 16,000원
발행일 2007년 08월 24일
사양 464쪽 | 653g
ISBN 9788989824459

일본에서도 거의 잊혀지고 있는, 중일전쟁 이후의 일본군국주의에 희생된 헤아릴 많은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3년전 국내에서도 출간된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에서 가미카제 특공대의 미의식을 파헤쳤던 저자는 후속편인 이 책에서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전장에 나가 죽음을 맞이한 학도병들이 남긴 기록들을 분석하였다.

이 책은 학도병들의 일기를 중심으로 결국 질 거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전쟁에 내몰려 죽임을 당한 그들의 정신적 고뇌와 갈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천황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지니고 있었다기보다는 상당수의 학도병들은 자유주의와 마르크시즘을 신봉한 진보적인 사상을 지녔다는 것을 그들의 수기에서 읽을 수 있다. 그들은 일본제국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을 칭송하는 국가의 선전공작과 달리 죽을 운명 앞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라도 찾아내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저자 : 오오누키 에미코

일본 코오베 출생으로 츠다쥬큐대학을 졸업하였다. 1968년 위스콘신대학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위스콘신대학 윌리엄 F. 바일러스기금 연구전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한 미국학사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일본인의 질병관-상징인류학적 고찰』, 『쌀의 인류학』, Kamikaze, Cherry Blossoms, and Nationalisms,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 미의식과 군국주의』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이향철

진주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근현대 일본과 동아시아의 사회경제사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일본 경제 잃어버린 10년의 사투 그리고 회생'(제이앤씨, 2005), '동아시아 고등교육의 재구축'(우물이 있는 집, 2007)이 있고, 번역서로는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모멘토, 2005), '죽으라면 죽으리라'(우물이 있는 집, 2007) 등이 있다.

    카미카제는 정말 전쟁에 미친 미치광이들이었을까

    이미 2004년에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에서 카미카제 특공대와 미의식을 파헤쳤던 오오누키 에미코는 신작인 이 책에서 꽃다운 젊은 나이에, 때 이른 죽임을 당한 학도병의 수기를 분석하여 그들의 사고와 갈등을 소개한다.
    흔히 카미카제는 군주(천황)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무사도를 체현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은 한마디로 ‘지원’을 강요받았으며 불가피한 죽음을 눈앞에 둔 젊은이들일 뿐이었다. 이 책은 그들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정신적인 버팀목으로 삼았던 당시의 지적 경향과 흐름을 배경으로 그들의 수기, 편지, 일기를 분석한다.
    수기, 편지 등을 보면서 우리가 놀랄 만한 것은 특공대원을 포함한 학도병들은 대개 정치적으로 진보적이었으며, 이 중에는 마르크스주의자, 자유주의자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당시 일본인들 중에서 가장 특공대원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 같은 젊은이들이었다. 이 사실에서 저자는 어떻게 그들이 특공대원으로 ‘행동’함으로써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게 되었는지, 과연 그들은 어느 정도나 천황을 위한 희생을 신성화하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사상’으로 수용하고 있었는지 등을 추적해간다.


    카미카제는 테러리스트의 원형인가

    서구사회에서는 ‘카미카제’를 오늘날의 자폭테러, 테러리스트의 원형으로 다룬다. 특히 특공대를 특공임무와 동일시하는 미국의 대중매체는 미국 도심에서 일어난 9.11 테러와 특공대원의 기습 공격도 동일시한다. 그러나 사실상 그 둘은 유사점이 거의 없다.
    이오지마에서 해병대원 6명이 성조기를 게양하는 유명한 사진이 있다. 이 사진 속 장면은 실제로 의도 하에 계획적으로 촬영된 것인데, 이 이미지는 오늘날까지도 미국병사에게 ‘본토탈환’에 얽힌 용감무쌍함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 상징은 9·11테러사건의 극적인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에서도 교묘하게 사용되었다. 뉴욕의 소방관들이 무너진 빌딩의 유리파편 위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신성한 성조기를 게양하는 사진이 이오지마의 장면과 나란히 신문과 방송에 빈번히 등장했던 것이다. 마치 이오지마에서 해병대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뉴욕 소방관들이 미국 영토를 ‘탈환’하고, 비극을 승리의 환희로 바꾸었다는 듯이 말이다.
    저자는 특공대원의 일기에서 드러나듯이 1944~45년도의 그들은 스스로 자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쿄오토제국대학에 다니다 징집되어 죽음을 목전에 둔 하야시 타다오의 일기에는 “지금은 새벽이다. 밤 3시다. 오전 3시다. 아!! 죽고 싶지 않다.”라고 쓰여 있다. 말하자면 그들은 출정하기 전날까지도 스스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은 ‘천황’을 위해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죽었을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특공대원들은 대부분 명문대학 출신들이고, 상당한 독서가들이었으며, 급진적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라면서 국가와 천황을 동일시하는 사상을 주입받았다. ‘국체’ ‘군민일가’ ‘가족국가’ 등 일련의 사상을 주입하여 ‘국가 즉 천황을 위한 희생’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려고 했으며, 그러한 전쟁과 죽음을 미화했던 것이다.
    젊은 특공대원들의 애국심과 국가이데올로기는 그들의 행위에서는 구별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해도 사상 차원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국가 이데올로기로부터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들을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내몬 것은 오히려 그들이 책을 통해 배양한 미에 대한 희구심, 낭만주의, 이상주의, 그리고 그들 나름의 세계관이나 미의식이었다. 사사키 하치로오는 전쟁 선전영화를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과연 이 전쟁에서 비극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비극의 옷을 뒤집어쓴 희극적인 죽음이 의외로 많은 것은 아닐까? 비극을 가장한 희극이란 겉으로는 비극과 같지만 내면에는 사실상 생명의 환희가 없다. 마음속 저 깊은 곳까지 고뇌이고 거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내포되어 있지 않다. 즉, 마이너스의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실은 희극인 것이다. 말하자면 웃기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비판정신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가의 교묘한 조작은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의 죽음을 애국심과 맞바꾸게 만다. 결과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 그의 생각과 행동은 국가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것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순진무구함과 지적 이상주의는 군국정부에 의한 상징이나 언어의 교묘한 조작에 저항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절대주의적 군사정권시대에서 더 쉽게 ‘주어진 죽음’을 향해 떠밀려 간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학도병의 수기에서는 조국과 가족을 위해서 죽는다고 쓰여 있어도, 천황을 위해서 죽는다는 말은 등장하고 있지 않다.


    옮긴이가 지적하는 책의 한계

    9·11테러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카미카제 특공대가 자살특공대의 원조로 다루어지는 데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시대를 초월한 단순비교를 통해 이를 부정하는 데에 매달리는 부분에서는 위화감을 느끼지만, 전편을 통해 흐르는 지은이의 역사관과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카미카제 특공대 문제를 일본과 미국의 관계에서만 다루고 아시아의 관점이 결여된 치명적인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1941년에 미국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적을 불러낼 때까지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 군국정부가 한반도 강점,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 동아시아침략을 위해 벌인 전쟁을 미국과 관련해서만 다루고 있다. 카미카제 특공대로 상징되는 “일본의 전쟁”은 오로지 “미국”과 관련된 것이고 “아시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은이에게는 외람된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카미카제 특공대원이 가졌던 역사관과 세계관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도병 출신 특공대원들이 이상주의에 불타고 있었다고 하지만 드레퓌스사건과 같은 유럽에서 일어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일본제국주의가 자행한 식민지조선 인민에 대한 억압이나 중국 인민 살상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구미제국주의 식민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일본이 주창한 대동아공영권을 옹호하는 이율배반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