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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예술

철이 없으면 사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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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철이 없으면 사는 게 즐겁다
저자 홍성만 외 지음
출판사 우물이있는집
정가 8,800원
발행일 2002년 05월 31일
사양 319쪽 | 430g
ISBN 9788989824053

여행가기 전 꿈틀이 부부의 주말. 보통 11시쯤 일어나서 몽유병 환자처럼 게슴츠레한 눈으로 소파에 엎어져, TV 코미디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유치하다며 야유를 퍼붓다가 리모콘으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린다. 출출해지면 '주변 상가 전화번호부'를 뒤져 무얼 시켜먹을까 고민하다가 다시 비디오를 보고 낮잠을 청하는 나날들. 그러던 어느날 남편 홍대리는 집사려고 모은 적금 만기에 맞춰 아내 설윤성에게 1년간의 세계여행을 제안한다. 전세방에서 탈출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던 아내는 잠시 어리둥절하며 잠시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지만, 웬걸 남편의 생각은 확고부동.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고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했다. 그리고 떠난 부부동반 세계여행. 음식을 테마로 1년 동안 32개국의 여행길에 올랐다.

이것은 꿈틀이 부부가 디지털 동아일보와 넷츠고 온라인 잡지 넷버거에 연재한 내용을 이번에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 : 꿈틀이 부부

홍성만(홍대리)은 1971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설윤성(설마담)은 197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회사 입사동기로 사내커플로 결혼했고, 움직이기를 싫어해서 "꿈틀이 부부"라 불린다. 결혼 후 홍대리는 회사생활을 충실히 하고 설마담은 끓어오르는 학구열을 참지 못하고 다시 KAIST Techno MBA에 입학했다.

알뜰하게 생활하며 집 사려고 3년 동안 부은 적금 만기가 돌아오자 남편은 ‘우리 집 사지 말고 세계여행이나 다녀오자'고 했고 아내는 용감하게 맞장구쳤다. 그리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1년간 총 4000만원을 들여 32개국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현재 회사에서, 학교에서 각자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집사고 승진하는 것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유쾌한 메시지!!


    이렇게 살려고 했던 건 아닌데


    살면서 '이렇게 살려고 했던 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책을 쓴 홍대리(홍성만)도 그랬다. 눈뜨면 출근하고, 출근하면 점심 먹고,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되고, 소주한 잔 마시고 집에 가서 엎어지면 또 시간되어 눈떠지는 '초(超)시공간적 생활' 속에 살다보니, 어떻게 세월이 가는지 나이를 먹는지도 모르겠고, 대학시절 68kg였던 체중은 과음과 운동부족으로 82kg에 육박하여 주말만 되면 좀처럼 움직이기 싫어하는 꿈틀이가 되고 말았다. 카이스트 학생인 아내가 집에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 관심도 없고, 함께 식사할 기회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뿐이었다. 대기업 사원으로서 직장도 안정된 편이고, 아내와도 잘 지내는,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렇게 생활하며 집사고 승진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좀처럼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다닌 카톨릭계 대학교수들처럼 '안식년 제도' 같은 것이 있어서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갖고 싶었으나 사회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행가기 전 꿈틀이 부부의 하루

    우리 부부의 일요일의 일과는 이렇다.
    보통 10시 반에서 11시쯤에 일어나서 몽유병 환자처럼 게슴츠레한 눈으로 소파로 가서 넘어진다. 소파가 그리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비집고 누우면 딱 맞는 크기다. 그리고 TV를 켜고 '좋은 친구들'같은 코미디프로를 시청한다. 그러면서 계속 욕을 한다. '유치해! 저게 뭐야? 저런 애들은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쟤도 이제 한물 갔구나……' 그러면서 계속 본다. 12시쯤 되면 같은 자세로 리모콘을 활용하여(내 생각에는 인류최대의 발명품은 종이? 화약? 이런 게 아니고 '리모콘'이라고 생각한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시청한다. 이 때 SBS에서 하는 '접속무비월드'는 비디오 녹화에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 둘 중 한명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전화기 위치까지 도착한 후에 '주변 상가 전화번호' 책자를 뒤적이며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다 아침 겸 점심을 주문한다.

    계속 같은 자세로 TV를 보다가 도착한 음식을 먹고 그릇을 얌전히 문 앞에 가져다 놓은 후 2시쯤부터 녹화된 '접속무비월드'를 시청하면서 오후 낮잠에 돌입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고 생각하면 아직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낮잠에서 깨어나 5-6시가 되면 추리닝바람으로 동네상가로 가서 저녁거리(당연히 인스턴트다)를 사고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리거나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빌린다. 그걸 다보고 나면 시간은 다시 내일 정시 출근을 위한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다. 바로 이러한 미동도 하지 않는, 꼿꼿하고 흔들림 없는 생활자세가 나의 몸무게를 '82kg'라는 놀라운 결과를 양산하는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본문 25p


    용감한 자만이 길을 떠날 수 있다

    그래서 홍대리는 자신의 반생을 정리하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침 집사려고 모은 적금만기가 돌아왔다. 홍대리는 때는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아내 설마담(설윤성)에게 1년간의 세계여행을 제안했다. 집사지 말고 세계여행이나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당혹스러웠다. 전세방에서 탈출하여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꿈을 무참히 깨뜨리는 홍대리의 제안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돈을 탈탈 털어 세계 여행이라니. 그것도 안정된 직장도 때려치우고서. 갔다 와서는 어떡하려고.

    아내 : (변조된 목소리, 얼굴 모자이크 처리) 저는요, 그 사람이 차마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처음에는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나 싶었다니까요. 저러다 며칠 지나면 제풀에 나가떨어지겠거니 생각했죠.

    그러나, 남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고 통장 잔액을 챙겨 보는 등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남편 : (역시 변조된 목소리)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보고 철없다거나 팔자 좋다고 욕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제 생각을 믿습니다. 따라오기 싫다면 저 혼자라도 가야죠.

    저 혼자라도 간다구? 드디어 아내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민 끝에 과감하게 동의했다. 그리고 음식을 테마로 1년 동안 32개국의 여행길에 올랐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세계여행기는 없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재미있다는 데 있다. 두 사람은 30대이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 같은 솔직함, 엉뚱함, 천진함을 가지고 있는 신세대 부부라고 할 수 있다. 톡톡 튀는 글의 구성과 문체는 매우 유머러스하게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이 추천하는 여행 중 싸우지 않는 비결 하나를 보자.

    둘이 가는 여행에서 싸우지 않는 가장 첫번째 비결은 '일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죽고 못 사는 연애관계가 아니라면 '무슨 일이든 한 사람에게 편중되면' 틀림없이 싸움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짐도 처음에는 남자가 힘이 세다는 이유로 거의 대부분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는데 '절대 그러지 말기'를 권하는 바이다. 싸움의 발전과정은 이렇다.

    ① 한참 짐을 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보면 어깨도 아프고 갈길은 멀고 슬 짜증이 난다.
    ② 이때 뒤를 돌아보니 여자는 가벼운 배낭을 메고 '룰루랄라'하면서 길거리의 샵을 기웃거리고 있다.
    ③ 남자, 일단 '빨리가자' 하고 재촉한다.
    ④ 여자, 대수롭지 않은 듯 '응, 알았어' 하고는 또다시 길거리 샵을 기웃거린다.
    ⑤ 남자, '야. 무겁다. 좀 빨리 가자'. 아직 자존심이 있어서 짐을 내주지는 못한다.
    ⑥ 여자, 속으로 '제가 들겠다고 해서 줬더니 이제 와서 무겁데.' 라고 생각하며 뚱하다.
    ⑦ 남자, 드디어 말한다. "야. 난 이렇게 무겁게 짐 들고 가는데 뭐야. 빨리 안 오고."
    ⑧ 여자, 절대 지지 않는다. "뭐야. 그럼 이리 줘. 남자가 그깟 것도 못 들고 쩔쩔 매냐? 엊저녁에 밥할 때는 잘만 먹더니" 곧이어 '쳐 먹더니'라고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⑨ 남자, "그럼 네 침낭은 네가 들어!"

    여기까지 오면 경기는 끝났다. 이 날부터 약 3일 동안 여행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일방적으로 일이 편중되어 있으면 관계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악화되면 "나는 이걸 하잖아!" "야, 그게 뭐 힘드냐?" 하는 말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확 긁을까, 가슴에 확 비수를 꽂는 말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면서 싸우게 된다. 따라서 일을 철저히 나누고 나눌 때는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본문 242-244p

    이 책은 고상한 척 하지 않는다. 독자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느낀 만큼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은 어느 여행기보다 일반 독자들이 공감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이들의 솔직함은 일본 관광명소에 대한 특히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크게 느낄 수 있다.

    말이 관광명소, 유적지이지 오사카성은 오래전에 지은 큰 건물이고, 나라의 절들은 그저 오래된 절일뿐인 것 같다. 내가 굳이 오사카성이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었고, 또 무슨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아야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오사카성보다는 오히려 소니의 신제품을 총망라하여 전시해놓은 소니타워 같은 곳에서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야,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이 적성에는 더 맞는 듯 하다. ―본문 4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