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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예술

R. U.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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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R. U. R.
저자 카렐 차페크 원작/ 카테르지나 추포바 글 그림/ 김규진 번역
출판사 국내
정가 35,000원
발행일 2021년 11월 22일
사양 256쪽| 220*285*22mm (양장)
ISBN 9791190631358

‘로봇(Robots)’, 한 작가의 천재적인 상상력과 20세기 과학의 합작품

우리는 지금 ‘AI의 시대’라는 것을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AI의 시대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이 R. U. R.이다. 그리고 ‘로봇’을 처음으로 선보인 장소는 ‘실험실’이 아니라 체코의 한 시골 극장이었으며, 최초의 ‘로봇’을 탄생시킨 사람 역시 ‘과학자’가 아니라 작가였다. 1920년 당시 체코의 젊은 작가 카렐 차페크가 그 주인공이다. R. U. R.이라는 작품으로 카렐 차페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입센, 체홉, 버나드 쇼와 같은 수준의 최고의 극작가로 대우받았으며 당시에는 ‘로봇’은 일종의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차페크는 ‘로봇’(robot)이라는 단어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단어 ‘로보타(robota)’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차페크 이전에도 ‘기계인간’이나 ‘인조인간’은 신화나 역사적 기록 속에 등장했다.(노자장자와 함께 도가의 3대 경전으로 꼽히는 열자나 오비디우스의 변신과 같은 아주 오래된 기록은 물론 현대의 오즈의 마법사나 매트릭스와 같은 작품에도 ‘로봇’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연구자들의 지적처럼 “카렐 차페크의 ‘로봇’은 신이나 자연에 의해 탄생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이며, 돌연변이와 같은 특이한 존재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의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존재였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로봇의 탄생에서 ‘로보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의 고민과 악몽을 예측하고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R. U. R.은 ‘로봇’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수많은 명작 애니메이션과 SF 문학에 나타나는 로봇의 발전 과정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100년 전 체코의 한 연극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로봇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부는 과학적 현실로, 그리고 일부는 여전히 상상 속에서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김초엽은 R. U. R.과 관련된 글에서 “타자와의 적대에서 공생으로, 드러난 자리에서 숨겨진 자리로, 인간성의 모방에서 비인간됨의 가치를 찾아내기로 이행하는 로봇들은 이제 인간성을 넘어서는 ‘로봇성’을 탐구해 나가겠다는 선언을 완수한 것 같다. 그러나 로봇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 독자들이 인간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은, 사실 이야기 속 로봇들이 펼쳐 나갈 무한한 가능성에 비하면 단지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현대의 과학자들이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라고 말하는 ‘로보 사피엔스’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역시 R. U. R.의 ‘열린 결말’에서 뻗어나간 이야기가 될 것이다. 

 

로보칼립스(Robocalypes)와 로보토피아(Robotopia)의 갈림길에서

차페크는 R. U. R.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보토피아(Robot + Utopia)’의 세계와 함께 인간의 발명품인 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로보칼립스(Robot + Apocalypse)’의 절망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로보토피아는 로봇이 모든 일을 하고, 사람들은 무한히 여가생활을 누리는 세상으로, 로보칼립스는 로봇들에 의해 인류가 종말을 맞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로보토피아는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의 긍정적 잠재력을 의미한다면 로보칼립스의 잠재적 위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 U. R.은 작품이 발표되었던 1920년 당시에도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제4 차 산업혁명과 ‘A.I.의 시대’를 맞고 있는 이 시대에 R. U. R.이 다시 재조명 받는 이유는 우리가 마주한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의 고민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어 인간을 말살하는 ‘킬러 로봇’이 되는 스토리는 오늘날 터미네이터시리즈 등 다수의 SF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이다. 이처럼 R. U. R.은 로보토피아와 로보칼립스, 인간과 노동, 기계와 인조인간, 그리고 생명과 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로봇의 활용이 현실화된 지금, 즉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AI의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에서 작가인 카렐 차페크는 ‘로봇은 어떻게 인간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작품은 인간에게서 쓸모없는 것들을 모두 제거한 ‘노동 로봇’을 만드는데 성공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노동 로봇들이 인간의 ‘자아 개발’을 위해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신하던 과정에서 고통과 분노를 겪고, 그 고통과 분노를 감내하면서 조금씩 ‘인간적’으로 변해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만들려는 과학자의 욕구와 로봇의 진화 과정이 맞물리면서 일종의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진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로봇들의 욕망은 결국 인간처럼 살육하고, 이기고, 정복하려는 욕구로 이어진다. 인간에게 배운 방법으로 인간을 멸종시킨 로봇들 중에서 실제로 생식기능을 갖게 된 한 쌍의 안드로이드는 마침내 인류의 후예가 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안드로이드 ‘로봇’인 헬레나가 프리무스가 서로 사랑하는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로봇’인 헬레나가 프리무스가 생식이 가능한 생명체로 바뀌었음을 알게 된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 알퀴스트는 이들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갈 수 있도록 한다. 

카렐 차페크가 제시하는 ‘로봇은 어떻게 인간이 될 수 있는가?’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체코 학술원 체코문학연구소의 파벨 야노우세크의 지적처럼 “차페크는 기계장치로서 로봇을 세상에 내보내려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삶보다 기계를 더 믿고 삶의 기적보다 기술적인 놀라움에 더 매료되는 세상을 비판하려 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렐 차페크 R. U. R.》 발표 100주년에 만들어진 최고의 그래픽노블!!

카렐 차페크는 오늘날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나 밀란 쿤데라와 비교했을 때에도 실험정신이나 독창성은 물론 문학성과 대중성에 있어서도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 체코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출간되는 카렐 차페크의 대표작 R. U. R.의 그래픽노블은 한국의 독자들이 작가 카렐 차페크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떠오르신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카테르지나 추포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체코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작가 특유의 색채감을 통해 100년 전 작품인 카렐 차페크의 R. U. R.을 재탄생시켰다. 그녀는 원작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화적 서술방식이나 주요장면의 선택에 있어서도 텍스트의 가독성과 함께 원작의 구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했다. 이를 통해 카렐 차페크의 원작을 보다 생동감 있는 그래픽노블로 되살렸다. 


원작자: 카렐 차페크 (Karel Čapek, 1890 ~ 1938)

카렐 차페크는 20세기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을 뿐만 아리나 체코 문학사 천년 동안에 체코 인들의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그는 극작가, 각본가, 수필가, 출판업자, 비평가, 기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한 체코의 작가이다.

일찍이 현대사회의 병폐에 눈을 돌렸던 그는, 희곡 R. U. R.와 곤충의 생활》 (Ze života hmyzu, 1921)을 통해서 통렬하게 사회적 병폐를 풍자하였다. R.U.R은 로봇 즉 인조인간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준다는 내용의 극단적인 기계화를 희비극적으로 그리면서 기술의 발달이 거꾸로 인간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을 경고한 과학 드라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로봇’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유래된 것이다. 로봇이란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따온 말이며 robota는 체코어로 중노동, 부역노동이라는 뜻이다.

카렐 차페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드라마 R. U. R.》 (Rossum's Universal Robots, 1921), 크라카티트(Krakátit, 1924)를 통해 20세기 과학소설(SF)과 유토피아 소설 및 희곡을 개척한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으며, 실용주의 철학의 상대주의와 깊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작품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차페크는 또한 전통적인 사실주의에 입각하면서도 유토피아적이고 공상 과학적인 요소와 탐정 소설과 대중 소설의 기법을 가미하여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그의 천부적인 면모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3부작 소설인 호르두발》 (Hordubal, 1933), 별똥별》 (Povětroň, 1934), 평범한 인생》 (Obyčejný život, 1934)에서 절정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소설들은 한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여러 직업의 주인공들을 통해 각기 다른 관점에서 관찰하면서 궁극적인 초점을 진실의 문제에 모으고 있다. 철학의 인식론문제와 현상학적 관점을 소설로 다루고 있다. 특히 진리의 절대성보다 상대성에 깊은 신뢰를 소설적인 상황에서 보여주고 있다.

 

글·그림: 카테르지나 추포바 (Kateriřína Čupová)

1992년에 태어났다. 체코의 애니메이터이자 만화가이다. 체코의 즐린시에 있는 토마시 바탸 대학교(Tomas Bata University)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다. 그녀의 작품 다수는 잡지와 만화 선집에 실렸다. 특히 그녀의 웹 만화 작가의 수제자(The Author's Apprentice)는 성공적인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인쇄물로 출판되었다. 그녀는 단편 그래픽 스토리로 뮤리엘상을 수상했고, R. U. R.》 만화책 각색 부문에도 최종후보로 올랐다. 그녀가 관심을 갖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체코의 애니메이션에 확고히 뿌리를 두고 있다.

 

역자: 김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러시아어과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체코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카렐 대학교 한국학과 교환교수를 거쳐 2014년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명예교수로 체코문학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부총장과 동유럽학대학장을 지냈다. 전국부총장협의회 회장직을 지냈다. 한국동유럽발칸학회 회장, 세계문학비교학회 부회장, 번역원 이사, 대한민국오페라연합회 상임고문 등을 맡았다. 1990년부터 신문 및 잡지 등에 러시아와 동유럽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여행기를 써왔다. 저서로는 한 권으로 읽는 밀란 쿤데라》 《카렐 차페크 평전》 《일생에 한번은 프라하를 만나라》 《체코현대문학론》 《프라하-매혹적인 유럽의 박물관》 《여행 필수 체코어 회화》 《여행 필수 슬로바키아어 회화》 《러시아·동유럽 문학·예술기행》 등이 있고, 번역서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별의 왈츠미할 아이바스의 제2의 프라하카렐 차페크의 소설 별똥별》 《첫 번 째 주머니 속 이야기》 《두 번 째 주머니 속 이야기》 《압솔루트노 공장》 《크라카티트편역으로 러시아문학 입문》 등이 있다. 2021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체코 “이르지 타이너 번역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