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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학

처음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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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처음 연애
저자 김종광 글
출판사 국내
정가 12,000원
사양 240쪽 |140*210*17mm
ISBN 9791190631266

1. ‘입담과 글맛’을 아는 이야기꾼 김종광

소설가 김종광은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작가이며 흔히 한국 문학에서 “김유정, 채만식, 이문구, 성석재, 김소진, 한창훈”의 맥을 잇는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60년대 이후부터 2002년 월드컵을 거쳐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까지 10대들의 첫사랑에 얽힌 시대별 이야기를 착착 감기는 충청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정겹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펼쳐나가면서 때로는 능청스럽게 상황을 정리하는 촌철살인의 힘도 보여준다.

김종광 소설의 특징은 단연코 입담과 글맛에 있는데, 이는 청소년소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처음 연애역시 평범한 10대들의 첫사랑이 구수하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그의 구수한 입담은 재미있게 읽히는 동시에 독자들을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2. 소설집 《처음연애》에 수록된 새로운 작품 〈코로나 연애〉

처음연애는 기존에 출간했던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소설집이었다. 작가는 재출간을 위해 코로나 연애한 편을 추가했다. 그래서 2021년에 재출간되는 처음연애는 모두 1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 연애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펼쳐지는 ‘첫사랑’ 이야기이다. 지금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시선에 비친 대한민국의 지난 십여 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일곱 살 때(2009)이었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것은 열두 살 때(2014)였고, 촛불로 뒤덮인 광장을 티브이로 본 것은 열다섯 살 때(2017)였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은 불과 이태 전 일인데도 까마득했다.

코로나 연애의 주인공은 ‘힙합 하는 센 언니’ 캐릭터의 소녀 미윤과 소극적인 성격의 ‘책벌레’ 소년 성빈이다. 두 사람은 20세기의 1/5에 해당하는 시간을 함께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그리고 ‘빈부격차’가 가로막혀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사랑하고 소셜네트워크로 소통한다고 해서 윗세대와 크게 다른 삶을 살 수는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들은 ‘설레는 사랑’과 ‘어설픈 연애’에 달뜨고 아찔해하는 10대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0세기에도 부모들은 자식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21세기 농촌 부모는 딸의 소원을 응원하기로 했다.”는 구절은 책을 읽는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3.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첫사랑 이야기

소설의 공간은 대부분 충청남도 보령시 청라면이지만 소설의 시간대는 1960년대부터 현재의 ‘코로나 시대’까지로 다양하다. 처음연애의 모든 이야기 속에는 한국의 현대사라는 시대적 배경이 깔려 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한번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언급한다. 이 사건들이 청소년들을 관통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4.19 혁명과 전태일 분신 사건, 전교조 사태, 1987년 태풍 셀마, 1988년 서울올림픽, 1991년 대규모 민주 항쟁, 외환위기, 2002년 월드컵, 코로나 펜데믹 등을 배경으로 10대들의 사랑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연애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각 시대별의 특성과 코드, 아픔도 같이 살펴볼 수 있다.

징검돌의 주인공인 ‘농민’은 1960년대의 머슴이다. ‘징검돌’은 60년대 머슴 ‘농민’의 풋사랑을 그렸다. 농민은 마름의 딸 미순에게 끌리지만, 초라한 처지 때문에 말도 섞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만 본다. 고지식했던 1960년대식 첫사랑이다. 그리고 주인공 곰탱이가 짝사랑의 끝판왕으로 등장하는 삼각관계, 축제 열기에 휩쓸려 연인이 된 고등학생이 “다시 한번 입술을 훔쳐도 괜찮을까? 까짓것 한 번을 했는데, 두 번을 못할 게 뭐야.”라며 입을 맞추는 월드컵, 그리고 당돌한 여중생이 남학생에게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라고 적극적으로 구애를 선언한 다음에 ‘나를 없애지 않으면서 적당히’ 연애하는 법을 터득하는 헤어지자, 우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에 맞춰 10대 청소년들의 사고나 행동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재미가 될 것이다.

 

4. 10, 또는 청소년들의 ‘첫사랑의 연대기’

징검돌의 주인공인 ‘농민’은 머슴이었고 삶은 달걀에 등장하는 ‘천재’는 공사장의 인부였으며 고향 가는 길의 용감이나 고운이는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며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이때까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은 모두 노동이 가능한 ‘어른’으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그때도 첫사랑이 있었다!

1980년대 즈음에야 청소년들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될 수 있었다. 소나기눈에 나오는 배천과 상큼이는 농고(농업고등학교)와 상고(상업고등학교)의 학생이었지만, 공부와 신문배달을 병행했던 시절의 연애담이다. 1980년대 후반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거치면서 비로소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청소년기의 고민과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집 한 권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시절에 청소년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청소년의 시대적 자화상이 어떻게 바뀌어져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직접 쓴 1318 사랑의 역사는 일종의 ‘작가의 말’이다. 시대별 청소년의 정의와 청소년들의 연애 장소, 연애의 매개체, 수단 등등이 꽤 상세하고 꼼꼼하게 서술되어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마지막으로 읽어도 좋지만 처음에 읽고 소설을 읽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김종광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신동엽창작상, 제비꽃서민소설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특별상, 류주현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등이 있다.


    책 속으로

    “할배할매 아빠엄마 삼촌이모들 중고등학교 때 연애한 얘기라 우리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는 거야.……

    -<코로나 연애> 중에서

     

    4.19혁명, 전태일열사분신, 민주화운동, 노동자대투쟁, 서울올림픽, 아이엠에프, 월드컵 이런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중고등학생이 연애하는 얘기야. 내 생각엔 작가가 연애를 빙자해서 역사 강의를 하고팠던 듯.

    -<코로나 연애> 중에서

     

    사랑이 부서져 밤하늘의 별로 흩어지고 있었다.

    -<징검돌> 중에서

    나는 땀인지 눈물이지 진흙인지 모를 것을 손등으로 훔치며 생각했다. 똑같은 슬픔을 되풀이해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후 약방문이라도 써야만 하는 건가 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할지라도, 또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외양간을 고쳐야만 하나 보다.

    -<집중호우> 중에서

     

    “백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있을까.

    “천 번을 찍어 봐. 나는 나무가 아니어서 넘어가지 않아.

    -<소나기눈> 중에서

     

    상큼도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았다. 흙탕물을 만든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모든 미꾸라지를 욕하는 것은, 대다수 선량한 미꾸라지들에 대한 폭력이다.

    -<소나기눈> 중에서

     

    “그건 오해야. 시 쓰는 사람들이 이상한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이상한 생각을 하니까 시를 쓸 수 있는 거야. 남들은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생각하지. 하지만 시인들은 똑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해. 시인들 눈에는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세상이, 너무 이상해 보이는 거야.

    -<방갈로> 중에서

     

    “난 공부가 정말 좋아. 공부가 재미있어. 모르는 단어 새로 알 때마다 기쁨을 느껴. 물론 내가 잘 까먹는 거 알아. 생각해 보니. 파쇼라는 단어도 언젠가 공부했던 것 같아. 또 까먹은 거지. 그래도 괜찮아. 새로 외우면 되니까. 그게 더 좋지 않아? 만약에 한 번으로 다 이해하고 암기까지 되고 절대로 안 까먹는다고 해 봐. 그럼 나중에는 모르는 게 없을 것 아냐? 모르는 게 없으면 새로 알 게 없잖아. 그렇게 되면 무슨 재미로 살지? 알 게 없는데. 그럼 된 거 아냐? 성적이 무슨 상관인 거지? 등수하고 공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 아니냐고.

    -<월드컵> 중에서

    첫사랑에서, 너나 나나 사랑이, 아니 그 사랑의 표현 방식인 연애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지 배웠어. 너와 내가 만나 하나가 혹은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너도 없애 버리고, 나도 없애 버리고, 그래서 마치 연애라는 괴물 뱃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우울함에 시달렸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을 거야. 너나 나나 다시 연애를 할 때는 좀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를 없애지 않으면서 적당히, 적당히.

    하지만 그런 지극히 이성적인 사랑이, 그러니까 계산적인 사랑이, 우리들의 처음 연애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처음 연애는 정말이지 처음 하는 연애이기 때문에,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순결하고 아름다웠던 게 아닐까?

    그러니까 처음 연애는 영원한 거야. 홍규야, 너랑 나랑 다시 사귀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의 한 달간의 연애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안 그래, 내 사랑 홍규야.

    -<헤어지자, 우리> 중에서

    차례

    코로나 연애/ 5

    징검돌/ 20

    삶은 달걀/ 38

    고향 가는 길/ 55

    삼각관계/ 60

    집중호우/ 92

    소나기눈/ 110

    등산/ 126

    고백/ 144

    방갈로/ 158

    편안한 잠/ 175

    월드컵/ 190

    헤어지자, 우리/ 207

    작가의 말·1318의 사랑 역사/ 222

    재출간 작가의 말/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