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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감각과 기억 - 정지용과 백석 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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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현대시의 감각과 기억 - 정지용과 백석 시 연구
저자 류경동
출판사 우물이 있는 집
정가 12,000원
사양 152*225mm |216쪽
ISBN 9791186430637 (93800)

정지용 시와 백석 시를 통해서 1930년대 시에 나타나는 감각의 양상과 그 의미 및 시 세계 형성에 기여하는 역할과 기능의 규명

1930년대 우리 시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두 작가가 있다 바로 정지용과 백석이다. 두 시인의 시를 바라보는 시점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젊은 시연구가이자 학자인 류경동은 두 시인을 감각의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정지용의 시는 근대적 감각의 표현이며 교감의 시학이라고 파악했으며, 백석의 시는 토속적 감각의 재현과 회감의 시학이라고 파악했다. 독자는 두 작가의 시 연구를 통해서 1930년대 시에 나타난 감각의 의미와 기능을 알 수 있다.

 

정지용과 백석의 시를 감각과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분석

이 책은 현대시사에서 새로운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30년대 인식론적 변화를 살피고, 이 시기를 대표하는 두 시인의 시세계를 고찰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실험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됐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1930년대의 시문학은 계몽에 대한 반성과 훼손된 가치의 회복이라는 문제에 대응하면서, 기존 문학의 관습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적 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어 간다. 이런 중층적인 과제들을 아우르며 문학의 근본 문제로 자리하는 것이 바로 정지용과 백석의 시에 나타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계몽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는 주체의 내면 탐구와 가치의 회복이 1930년대 한국 문학의 중심 문제로 자리하며, 기존의 문학 형식을 반성하고 미적 형식을 새롭게 탐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본다. 새로운 미적 형식의 모색이 지니는 핵심적 과제는 과거 문학의 관습성을 극복하고 감각적 구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추상성과 도식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극복하고, 감정에 객관적 형식을 부여하는 데 감각적 구체성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시의 참신성은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어를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획득된다. 사물을 그 자체로 감각하는 데에서 구체적이고 참신한 시어가 발생한다. 언어 일반이 지닌 추상성에 저항하면서, 경험과 대상 속에 내재하는 구체적인 감각을 포착하고 표현할 때 시적 언어의 참신성이 획득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시적 구체성과 새로운 언어의 탐색을 정지용과 백석의 시에서 찾아내고자 한다. 초기 정지용의 시는 쾌감이라는 감각적 반응을 통해 근대적 경험을 수용하는 양상을 보이며, 후기로 갈수록 교감을 통해 자연에 몰입함으로써 정신의 초월성을 지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백석의 시에서 감각은 시의 구성 원리이자 고향 재현의 매개로 작용한다. 그의 토속적인 감각은 고향으로 상징되는 원형적 시공간을 재경험하게 하는 시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 책은, 정지용의 시가 근대에 대한 미적 반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면, 백석 시는 근원적 세계를 재구함으로써 민족적 정체성을 탐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다.

 

 

감각과 감각함의 의미

슈트라우스는 ‘감각(Sensation)’이라는 용어보다 ‘감각함(Sensing)’ 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감각이 언어 이전에 생성된 세계를 포착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감각함’은 생명체가 주변 세계와 교섭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아와 세계는 ‘결합되어 있음’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분리되지 않은 상태의 자아와 세계는 자연스럽게 상호 영향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자아의 감각함은 세계에 대한 경험이며 동시에 세계의 일부로서의 자기 스스로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와의 소통 방식인 감각은 대상에 대한 주체의 태도, 경험의 방식, 미적 태도와 감수성, 대상에 대한 취향과 기호 등을 함축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감각한다는 것은 그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유하며, 또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감각은 경험의 지평과 함께 거기에 깃들인 주체의 의식적 지향을 드러내 보인다. 통상 감각은 문학예술의 본질적 속성이자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때의 감각은 구체성을 담보하는 경험의 구성 요소이면서, 시적 인식의 대상이자 상상의 원천으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대상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감각함’은 생활 세계와 교섭하는 주체의 내면적 반응과 감수성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시가 시대나 문화에 의해 생성된 일정한 형식 원리로 세계를 언어화한다면, 시적 방법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혹은 작품을 형성하는 구성원리라 할 수 있다. 감각은 시적 방법의 하나로 작품의 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시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인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인식을 토대로 한다. 감각행위 자체는 실제적이고 개별적이라는 점에서, 인식 구조의 보편성과 그 인식의 과정에 개성적 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세계와의 소통 방식인 ‘감각함’은 이런 인식 과정에서 생성되는 시인의 경험의 양상, 거기서 파생되는 정서적 태도, 시어의 특성과 시적 구성에 시인 고유의 개성적인 방법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책은 이런 ‘감각함’을 통해 1930년대 시에 나타나는 감각의 양상과 그 의미, 그것이 시세계 형성에 기여하는 역할과 기능을 규명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지용과 백석의 시에서, 오감을 비롯한 감각적 자극을 환기하는 심상들을 대상으로 감각의 양상을 살펴보고, 이들이 각기 시세계 형성에 기여하는 바를 규명해볼 것이다. 1930년대의 주요한 시적 경향을 대표하는 두 시인의 시세계는, 현상적으로 감각적 이미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감각을 매개로 각기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본고의 연구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특히 두 시인의 시세계에서 보이는 각기 상이한 감각 지향은 1930년대 시의 감각의 기능과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본고는 정지용과 백석의 시에 나타난 감각의 양상을 각각 ‘근대적 감각’과 ‘토속적 감각’으로 구분하고, 이것이 ‘교감의 시학’과 ‘회감의 시학’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시세계의 변화 양상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류경동 196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1986년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였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전봉건 시 연구>(1996)로 석사학위를,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감각지향성 연구>(2005)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지용 시와 백석 시에서 나타난 감각 정지용의 시에서 감각은 풍경을 내면화하고 내면을 풍경으로 드러내는 구체적 계기로 작용한다. 특히, 정지용은 사물에 대한 감각적 경험 그 자체를 언어화함으로써 명징하고 구체적인 시적 표현을 성취한다. 그의 시는 근대적 경험의 수용 과정에서 ‘쾌감’이라는 감각적 형식을 통해 경험 자체에 대한 의식적 판단과 지향성을 드러낸다. 근대 경험에 대한 양가적 반응은 쾌/불쾌로 드러나며, 근대적 경험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후기 ‘山水’로의 침잠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기 시에 나타나는 교감을 통한 자연으로의 몰입은 새로운 미적 감각의 영역을 개척함과 동시에 초월적 정신의 탐구라는 시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백석의 시에서 감각은 시의 구성 방식이자 기억을 통해 고향을 재현하는 매개가 된다. 특히 그의 토속적인 감각은 ‘고향’으로 상징되는 원형적 시공간을 재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토속적 감각은 근대적 삶의 환경이 상실한 전통적인 경험을 회복하는 유력한 매개체로 기능한다. 나아가 그는 토속적 풍물과 그 감각을 통해 근원적 세계를 재구함으로써 민족적 정체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또한 현실에 대한 백석의 대응 방식은 그 감각적 양상과 결부되어 독특한 시적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본고는 두 시인의 이런 시세계를 감각의 관점에서 분석해봄으로써, 1930년대 시의 감각 지향이 지니는 다양한 의미와 기능에 접근하는 해석의 단초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